눈을 뜨니 8시 30분이다. 이미 일어난 첫째는 엄마가 일어났는지 살짝 문을 열고 “어, 엄마 일어났네?”하며 아침 인사를 한다. 야니(첫째아이) 아침으로 우유에 오트밀을 말아주니 둘째가 일어난다. 어제 마치지 못한 온라인 학습을 마저 하라고 알려주었다.
첫째가 밥을 먹으며 “이거 물어보면 엄마가 화 낼 거 같아.”라고 말한다. 화 낼 거 같으면 물어보지 말라고 했더니 그럼 자기는 어떻게 하냐고 한다. 밴드에서 출석체크를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고 했다. 온라인 수업 한지 일주일도 넘었는데 아직도 출첵 방법을 모르다니. 지금도 이해가 더딜 때가 있는 나를 떠올리며 연막 질문 한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기다리다 9시쯤 다시 열어보면 출석 체크 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둘째는 어제 밀린 과제로 태어날 때부터 지금껏 자기 일생을 사진으로 붙이는 작업이 있었다. 저걸 하려면 또 사진을 추리고 뽑고 나이에 맞춰서 붙여야 한다. 아..생각만 해도 귀찮다. 나는 그냥 안 해도 된다고 했다. 동시 따라 쓰기를 해야 하는데 글밥이 꽤 많다. “엄마 이걸 꼭 해야 돼?” 피곤한 목소리로 둘째는 묻는다. “응, 글씨 예쁘게 쓰고 한 번 더 읽어보면 햐니 마음건강에 좋을 거 같아.”하고 말하면 좋았을 것이다. “응 그렇게 쓰면 글씨 예뻐져.”라고 대답했다. 새삼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존경스럽다. 그러다 문득 나도 월급 주면 아이들에게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단 생각을 했다.
늦게 잠에서 깬 셋째가 부은 눈으로 잠시 쉬고 있는 내게 다가온다. 아이를 꼭 끌어안으며 충전. 열이 많은 7살 셋째는 늘 집에서 팬티만 입는다. 엄마와 진한 포옹을 나눈 뒤 이불 속으로 들어가 골벵이처럼 눕는다. 아이의 체온을 느끼기 위해 나도 이불속으로 풍덩 뛰어 들었다. 따뜻하고 보드라운 살결과 메추리알 두 개가 앙증맞게 붙어 있는 듯 한 볼 에 뽀뽀를 퍼부었다. 아이는 익숙한 듯 엄마의 뽀뽀 장단에 맞춰 얼굴 방향을 바꿔가며 자기 얼굴을 내밀었다.
둘째가 하던 숙제를 마쳤다고 부른다. 연이어 첫째가 영어 디지털 교과서를 어떻게 보는지 모른다고 해서 안내장을 살펴보았다. 클라우드를 설치하고 거기서 접속을 하고.. 조손가정이나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싶다. 최대한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이 되었지만 기기를 잘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꽤나 애를 먹을 것 같다.
셋째가 심심하다고 부른다. 첫째는 오렌지를 까달라고 한다. 오렌지를 까 주었더니 둘째가 ebs영상을 다 봤다고 한다. 다음 학습을 진행할 수 있도록 알려주었다.
셋째가 책을 읽어 달란다. 어느새 굳어버린 내 얼굴에 뽀뽀를 한다. 다시 마음이 풀어지고 책을 읽어주려 하니 둘째가 부른다. 둘째의 다음 학습 준비를 도와주고 돌아와 셋째 동화책을 한 장 읽으니 첫째가 자기 방에서 부른다.
“엄마, 왓이즈유어네임이 너 이름이 뭐니지?”
영상을 보면 알게 될 것을 저렇게 물으니 아래로부터 묵직한 마그마가 올라와 얼굴이 뜨거워 진다. 아이의 얼굴을 보지 않고 문 밖에 서서 최대한 같은 톤으로 외치듯 얘기했다.
“얀아. 영어는 이렇게 물어보고 적는다고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아. 그러니깐 영상을 보면 답을 알게 될 거야. 그건 반복해서 보면 되니깐 엄마한테 묻지 말고 니가 알아서 풀어도 될거 같아. 이제 엄마 부르지 마~”
화 내지 않고 이야기 했다. 이만하면 오늘 오전은 성공적이다.
5월 중순에는 개학을 할 거 같다는 조심스런 전망이 전해지던데...
그날이 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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