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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28일 화요일

[책 리뷰] 카모메 식당




<사치에>
“난 잘 지은 밥이랑 채소절임이랑 된장국만 있으면 아무것도 필요 없어.”
“인생 모든 것이 수행”
“요즘 일본인들이 맛을 알긴 아는 걸까?“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일본은 유행이라면 좋은 것으로 착각하고, 금세 눈앞의 새로운 것에 달려든다. 22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은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은 아버지 아래 자란 38세의 여인 사치에는 담백한 입맛의 소유자다. 아버지로부터 배운 무도의 정신과 수련으로 단련된 그녀는 부드러움과 단단함이 조화를 이룬 여성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돈을 모으던 사치에는 복권에 당첨되어 아무 연고도 없는 헬싱키에 카모메 식당(갈매기 식당)을 열게 된다.

<미도리>
미도리는 살아오면서 자신이 이렇게 적극적이었던 적이 없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환경에 있지도 않았고, 자신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러나 왠지 이곳에서는 사치에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고, 스스로도 뭔가 하고 싶었다. 104

수동적으로 자란 미도리는 그녀가 예상했던 평범한 삶과는 달리, 해고된 직장과 요양원에 계신 부모님, 그녀를 불편해하는 가족들에게 박탈감을 느낀다. 자신이 몸담은 고향을 떠나 헬싱키로 향한 그녀는 도서관에서 사치에를 만나게 된다. 일본 특유의 개인주의적 감성을 가진 미도리는 함께 있는 사람을 배려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모습에서 소소하게 정겨운 여인으로 비춰진다.

<마사코>
펜션업을 하던 부모님을 20년간 도와드리던 마사코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핀란드로 여행을 떠난다. 공항에서 가방을 분실하지만 사치에와 미도리의 도움을 받고 그녀도 그들의 도움이 되고자 카모메 식당에 남게 된다. 

“그렇지만 두 분은 아직 젊잖아요. 나는 결혼도 하지 않고 이 나이까지 줄곧 부모님 뒷바라지만 하고 살았답니다. 머릿속이 사회적으로 되어 있지 않은 거예요. 분명. 부모님이 차례차례 돌아가시고 하루하루 할 일이 없어지니 이제 스스로도 뭐가 뭔지 알 수 없어졌어요.”127

“예, 여기 와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봤는데요, 그래도 일본에 가도 살 곳이 있고, 외국에 갈 수 있을 만큼 금전적 여유도 있고, 나 이만하면 복 받은 인생인 거 같아요. 뉴스를 보고 핀 란드는 참 마음 편하게 사는 나라구나 생각했지만 말이죠. 나는 경험하지 못했지만, 이곳 자연 환경이 살기에 꽤 힘들지 않나요? 그런 환경 속에서 꾹 참고 있던 것들이 ‘부인 업고 달리기’나 '맨손 기타 연주하기‘, 사우나에서 오래참기’로 폭발하는 거겠죠? 항상 그런 대회만 하고 사는 건 아닐거예요. 그들에게는 몸에 축적된 에너지가 있는 거 같아요. 핀란드 사람들은 평소 생활이 아주 검소하고 참 좋아 보이더군요. 생각해보니 나한테는 핀란드에 온 것 자체가 ‘부인업고 달리기’와 같은 거였어요.192

-감상
‘자신에게 맞는 자리가 있다.’ 
같은 나라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 지내다 낯선 땅에서 가족 같은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과정은 이 책을 보는 묘미다. 세 명의 여성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외로움과 아픔은 서로에게 보이는 배려로 시나브로 희미해 질 것이란 희망을 갖게 된다. 그들이 함께 있을 때 전해 오는 편안함은 낯선 땅이라는 환경도 어쩌지 못하는 거 같다. 

이 책은 영화로도 익히 알려져 있다. 영화 또한 책에 묻어 있는 따스함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세 사람의 조화로운 연기는 지구 어딘가에 그런 사람들이 카모메 같은 식당에 존재하고 있을 거 같은 상상을 하게 만든다. 

책과 영화를 보며 훌쩍 떠나고 싶어졌다. 
부모님을 모신 마사코처럼 세 아이에게 일상을 바치고 있는 나에게도 전환이 필요하다. 
핀란드에 가게 된다면 나는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일단은 카모메 식당을 찾아가 커피와 롤케잌을 먹으며 생각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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