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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4일 토요일

[ 남성육아휴직 일기 ] 육아휴직을 마무리하며

깊은 고민을 거쳐 내린 결정이 아니었다. 그냥 여건이 되서 하게 된 육아휴직이었다. 그냥 아무 계획없이 시작하게 된 육아휴직이 일주일 뒤면 끝나게 된다.

처음엔 아이들 등교,등원 시키는게 일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 아침 차려주고 옷 입으라고 재촉하고, 그 사이 난 씻고.. 다 씻고 나오면 어느샌가 첫째,둘째는 알아서 학교에 가버렸고 남겨진 막내를 어린이 집에 등원시켜주었다. 가끔 날이 좋을 때면 막내를 어린이집까지 걸어서 등원시키곤 했는데 왕복하면 1시간이 걸렸다. 같이 오손도손 얘기하며 걸어갔었던 여유로운 시간들을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포근해진다.

휴직 처음 한달정도는 그냥 집에서 하는 일 없이 뒹굴 거렸다. 저녁도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마트에서 온라인으로 장보고, 요리하고 저녁차리고...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전업주부의 기본적 활동에 매진했었다. 추가적으로 아이가 3명이다 보니 알림장을 매일 체크하는게 조금 힘들었다고나 할까. 아이 개개인의 학업 스케줄을 기억하고 준비해 주는게 또한 전업주부의 큰 역할 중에 하나인거 같다. 특히 아이 학부모 상담주간에 각 담임선생님들과 상담을 했었던게 기억에 많이 남는다. 아이 양육의 사이드에서만 머물던 내가 메인으로 승격된 느낌이었고, 이 아이들의 주양육자가 나라는 책임감이 느껴졌었다.

전업주부 역할에 익숙해진 뒤 슬슬 내가 개인적으로 할 일들을 찾아봤다. 모든 가장들이 생각하고 걱정하는 부분이 회사 잘리고 난 다음에 어떻게 생계를 이어갈까가 아닐까? 길어봐야 50세 전후... 그 이후 수입을 어디서 가져와야 하는가.. 그래서 일단 부동산을 공부해보기로 했다. 잘 산 아파트 몇년 뒤 몇 억이 뛰어 있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에 근로소득으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금액을 쉽게 벌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인터넷에서 유명한 부동산 강사의 4일짜리 강의를 50만원 주고 들었다. 아 부동산 투자가 이런거구나 감이 잡혔고 관련 책들을 독파했고, 투자에 필요한 데이터들을 가공해 손쉽게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어디에 투자해야 하고, 어디에 투자하면 안되는지 알 수 있게 되었지만... 결론적으로 1주택자의 2주택 이상의 투자에는 현재 대출이 막혀있고, 개인신용대출로 투자금을 마련해야하는 제한이 있었다. 휴직자가 어디서 개인신용대출을 받나... 임대사업에 눈을 돌려 월세로 노후를 대비해야겠다 생각했지만 이 역시 대출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함께 상환해야하는 정책때문에 수중에 남는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포기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게 '쉐어하우스'. 매력적인 사업 같았다. 특히 소득에 따른 주거 불평등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같은 월세지만 좀 더 안전한 아파트에서 살 수 있게 해주는게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을 거 같았다. 사람들을 모집하고, 같이 사는 사람들 간의 갈등이 생겼을 때 해결하는게 어렵게 보이긴 했지만, 투자금을 1년 안에 다 회수 할 수 있고, 그 이후는 모두 순수익이 되는게 매력적이었다. 쉐어하우스는 언젠가 실제로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두번째 관심을 가진 것은 주식.
월급독립프로젝트 인가 먼가 하는 책을 읽고 단타의 세계에 홀려서 그만.... 그래도 덕분에 내 본업과 관련된 딥러닝 중 RNN, LSTM과 강화학습을 공부해 실제 주가예측하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결과는.. 당연히 잘 안맞아 중도에 그냥 내버려졌다. 그러다 퀀트투자라는 분야를 우연히 접하게 되었는데 인공지능 다 필요없고 그냥 통계적인 데이터만 가지고도 수익을 잘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휴직의 마지막 기간을 퀀트투자 알고리즘 검증과 자동매매 프로그램 개발에 매진했고, 비로소 회사를 다니며 주식에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퀀트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으로 사고팔고를 수행하는 나만의 퀀트자동매매 프로그램 개발이 완성되는 결실을 맺었다. 12월5일부터 자동매매가 시작된 나의 수익률은... 4.48% 나쁘지 않다. 주식투자해서 잃지 않으면 성공이고, 은행이자보다 더 수익이 나면 대성공인데 현재 대성공중이다. 복직하고도 꾸준히 잉여자금을 추가로 넣어 주기만 하면되서 우리 가족의 노후를 이 것에 기대하고 있다.

휴직을 좀 더 의미있게 보내고자 처음엔 관련 후기 책들을 찾아 읽어 봤다. 세계일주를 한 사람도 있고, 아이가 아주 어릴 때 휴직한 남자들은 진짜 아기 키우는 고군분투를 경험했다고 하고, 머 기타 등등 있었지만 크게 별 휴직의 의미가 없다고 보는게 맞는거 같다. 그냥 잠시동안의 경험이었다 정도. 나 역시 육아휴직을 했다고 해서 인생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 말하긴 힘들 거 같다. 하지만 아이들의 주양육자가 된 것, 아내와 더 가까워 진 것, 퀀트투자프로그램 완성한 거. 이 3가지 정도를 기억에 남길 수 있겠다.

1년 전 육아휴직 결심 전으로 돌아간다면 난 여전히 육아휴직을 결심 할거다. 금전적 손실이 많이 생겼지만 그 손실이 전혀 아깝지 않게 얻은 것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행복하고 즐거웠던 육아휴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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